한강 4편 — 3년의 기다림 끝에, 빌드가 시작되다
1992년식 포르쉐 964 카레라 4, 그리고 한국에서 함께 만든 기억.

자동차 한 대를 바꾸기 위해 3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다린 것은 새로운 모습의 포르쉐만은 아니었습니다. 나카이 상이 한국에 와서 제 차를 직접 작업하고, 그 현장에 모인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제가 꿈꿨던 빌드는 그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제 이야기가 담겨 있던 964
한강의 출발점은 1992년식 포르쉐 964 카레라 4 수동 모델입니다. 처음에는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내외관 작업, 전체 도색, 엔진 오버홀을 진행했고, 901 스타일의 백데이트로 제 취향을 더했습니다. 체크무늬 실내와 직접 제작한 금도금 레전더리 로고 기어봉에도 그 마음을 담았습니다. 포르쉐 992 국내 론칭 당시 오너 스토리 광고에 등장했던 이 차는, 이제 또 하나의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완성된 차와 함께, 만들어지는 시간까지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차를 일본으로 보내 빌드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제 차가 달라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량이 일본에서 먼저 빌드를 마치면서 한강은 한국 RWB 2호차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나카이 상이 직접 빌드한 첫 차라는 경험은 남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RWB에서 보고 싶었던 것
넓은 펜더와 강렬한 외관에 끌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은 그 차를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에게로 이어졌습니다. 색상과 실내, 휠과 주행 성격까지 오너의 취향이 담기는 문화가 좋았습니다. 한강에도 제가 오랫동안 손보고 타 온 964의 이야기에 새로운 개성이 더해지기를 바랐습니다.

가까이에서 만난 나카이 상
한국에서 처음 만난 나카이 상에게서는 영상으로 보던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고 자동차 이야기를 나눌 때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순수하게 몰입하는 열정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된장찌개와 국밥을 맛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며 저는 그에게 더 마음이 갔습니다.
당시에는 이미 술을 마시지 않고 있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했습니다. 포르쉐만 수집하고 포르쉐를 좋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제가 만난 나카이 상은 진정한 ‘포르쉐 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기다렸기에 작업뿐 아니라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차를 중심으로 만난 사람들
나카이 상과 함께한 크루인 Toshiya 상, 토시 상, 그리고 유키를 만난 것도 즐거운 기억입니다. 한국에서 이분들을 직접 만나 제 차의 빌드라는 특별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제가 RWB에 끌렸던 이유인 오너들의 교류와 유대감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강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그때 만난 사람들과의 시간도 남아 있습니다.
완성된 모습 너머, 달리기 위한 마지막 세팅
차가 완성된 모습을 갖춘 뒤에도 작업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마지막 쇼크업소버와 얼라이먼트 세팅에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을 들였습니다. 레이싱팀이 차를 세팅하듯 오랫동안 집중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저에게 그 장면은 한강의 빌드를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완성한 뒤에도, 실제로 달릴 차를 위해 끝까지 시간을 쏟는 모습에서 나카이 상의 포르쉐에 대한 진심을 느꼈습니다.
나카이 상이 운전하는 한강의 조수석에서
모든 세팅을 마치고 드디어 시운전을 나가는 순간이 왔습니다. 운전석에는 나카이 상이, 조수석에는 제가 앉았습니다. 오랫동안 영상으로 지켜보던 사람이 직접 완성한 제 차를 운전하고, 저는 바로 옆에서 그 첫 시운전을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그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3년을 기다리며 바라왔던 빌드가, 이제 함께 달리는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나카이 상이 운전하는 한강의 조수석에서 출발하던 순간은 제 자동차 생활에 오래 남을 멋진 추억이 됐습니다.
Korea No.2, 그리고 다음 도로
대시보드에 남은 ‘Korea No.2’는 한강의 순서이자, 제가 선택한 기다림의 기록입니다.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한국에서 이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한강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달렸습니다. 그 여행의 기억은 다음 편에서 따로 이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