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야기 ③ — RWB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3년의 기다림
나만의 포르쉐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꿈꾼 또 다른 클래식
1992년식 포르쉐 964 카레라 4를 구입하고, 내외관 복원과 엔진 오버홀, 901 스타일의 백데이트 작업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었습니다. 체크무늬 실내와 직접 제작한 기어봉에는 제 취향도 담았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차를 타면서,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이 차와 함께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경험한 한국의 클래식카 문화는 아직 폭넓게 자리 잡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해외 클래식 자동차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빌드하고, 그 과정을 함께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좀 더 다양한 클래식 포르쉐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래전부터 지켜본 사람이 RWB의 나카이 아키라였습니다.
넓어진 펜더 너머의 철학
RWB를 처음 보면 넓은 펜더와 강렬한 실루엣에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나카이 상이 직접 차체를 자르고 바디킷을 맞추는 장면 역시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동경했던 것은 그 장면 너머에 있었습니다.
제가 바라본 나카이 상은 레이서로서의 경험과 직접 레이싱팀을 운영하며 쌓아온 감각을 포르쉐에 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작업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레이싱과 자동차에 대한 철학이 이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RWB를 선택하는 일은 외관의 변화와 함께, 그 철학을 제 차의 이야기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이었습니다.

서킷에서 이어지는 나카이 상과 RWB의 이야기
제가 나카이 상을 존중하는 이유에는 레이싱에 대한 그의 태도도 있습니다. 일본 모테기에서 매년 열리는 Idlers 12시간 내구레이스와 RWB의 관계는 실제 참가자들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참가기를 쓴 마크 아르세날은 나카이 상이 세계 각국의 오너들을 초대해 함께 레이스에 참여했으며, 여섯 개의 RWB 팀이 출전했다고 전했습니다. RWB 유럽 역시 2013년 나카이 상과 그의 팀의 초청으로 참가했고, 여섯 대의 RWB 차량이 모두 12시간 레이스를 완주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을 보면 RWB의 넓은 휀더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집니다. 내구레이스는 드라이버 교대와 급유, 정비, 그리고 오랜 시간 서로를 믿고 움직이는 팀워크가 필요한 무대입니다. 저는 차량을 만들고, 팀과 오너들이 함께 달릴 수 있는 자리를 이어가는 나카이 상의 모습에서 RWB의 또 다른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게 RWB는 각자의 취향을 담는 즐거움과, 포르쉐를 직접 달리며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는 열정이 함께하는 문화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빌드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사람들과 그 과정을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레이스 참가 기록과 현장 사진
같은 RWB, 서로 다른 오너의 취향
각 나라의 RWB 오너들이 자신의 차를 완성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색상과 실내, 엔진 퍼포먼스까지 각자의 취향과 선택이 담겨 있었습니다. RWB라는 공통된 이름 아래에서도 자동차마다 다른 성격과 이야기가 드러났습니다. 어떤 차는 오너의 미적 취향을, 어떤 차는 달리는 방식과 자동차를 즐기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저 역시 한강이 그런 차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과 운전의 즐거움,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오너의 개성이 담긴 포르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동차로 이어지는 패밀리
RWB에 끌렸던 또 하나의 이유는 오너들 사이의 강한 유대감이었습니다. 서로의 집으로 초대하고, 함께 달리고, 국경을 넘어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시작된 인연이 일상의 관계로 이어지는 문화가 좋았습니다. 차를 소유하는 즐거움에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그 안에서 제 차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클래식 포르쉐가 해외 오너들과 만나고, 서로 다른 취향과 경험이 오가는 장면을 기대했습니다.

한국에서 기다린 3년, 번호보다 중요했던 경험
나카이 상이 한국에 방문해 직접 빌드하는 첫 번째 차량으로 신청하고 바디킷을 주문했지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기다림은 길어졌습니다. 한국에서 그의 방문을 기다린 시간은 결국 3년이 되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차를 일본으로 보내 먼저 빌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제게 빌드의 목적은 완성된 자동차를 받는 데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카이 상이 제 차를 작업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고, 그 현장에 참여하고, 같은 열정으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자동차가 변화하는 시간과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관계까지 한강의 이야기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사이 다른 업체의 차량이 일본으로 건너가 RWB 빌드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공식 한국 1호차가 되었습니다. 처음 신청했을 때 기대했던 순서는 달라졌지만, 저는 여전히 나카이 상의 한국 방문을 기다렸습니다. 제게 더 중요했던 것은 그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침내 나카이 상이 한국을 찾아 한강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한강은 그가 한국 현지에서 직접 빌드한 첫 차량이자, 공식 한국 RWB 2호차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3년의 기다림 끝에 제가 원했던 방식으로 빌드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마주한 작업의 순간들과 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완성된 차와 함께 오래 남을 기억이 되었습니다.
한강의 가치는 번호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고, 무엇을 기다렸으며, 누구와 그 시간을 함께했는지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빌드의 의미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나카이 상의 손을 거쳐 한강이 RWB로 완성되는 빌드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