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B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같은 포르쉐를 보고도 누군가는 원형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서킷을, 또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떠올립니다. 한강이를 소유하며 제가 배운 것은, 이 세 시선을 함께 놓고 볼 때 RWB가 더 잘 이해된다는 사실입니다.
1. 보존의 시선 — 오래된 포르쉐에 손을 댄다는 것
클래식 포르쉐의 원형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합니다. 공장에서 나온 차체의 선과 당시의 부품, 오랜 시간 남아 있는 흔적에는 그 자체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차의 휀더를 잘라내는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포르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제 한강이의 출발점은 보존 상태가 훌륭한 수집용 차량과는 달랐습니다. 처음 구입한 1992년식 964 카레라 4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내외관 복원과 전체 도색, 엔진 오버홀을 거쳤습니다. 이후에는 초기 911의 인상을 담는 901 백데이트 작업으로 제 취향을 더했습니다. RWB를 선택하기 전부터 이 차는 제가 고치고 바꾸며 오래 타기 위해 만들어온 포르쉐였습니다.
원형 보존과 개인의 재해석은 서로 다른 선택입니다. 제 선택이 모든 클래식 포르쉐에 대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대의 차를 평가할 때, 지금의 외형뿐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시작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함께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2. 주행의 시선 — 넓은 휀더 너머의 레이스
나카이 상의 작업을 짧은 빌드 영상으로 처음 접하면 휀더를 자르고 바디킷을 붙이는 장면이 강하게 남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가 차를 만드는 모습만큼이나, 그 차를 매개로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배경을 보여주는 기록이 Idlers 12시간 내구레이스입니다. RWB 유럽은 2013년 나카이 상과 그의 팀의 초청으로 참가했고, 여섯 대의 RWB 차량이 모두 완주했다고 전합니다. 이 기록은 RWB에 실제 레이스를 함께하는 문화가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입니다.
물론 레이스 참가 차량의 기록을 모든 RWB 로드카의 성능으로 확대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차마다 엔진과 하체, 타이어와 사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구체적으로 어떤 차를 어떻게 세팅하고 어디에서 달리는지 이야기할 때 RWB의 매력이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3. 오너의 시선 — 차와 함께 갖게 되는 시간과 사람들
제가 RWB에서 좋아했던 또 하나는 오너들이 각자의 취향을 담는 방식이었습니다. 색상과 실내, 엔진 퍼포먼스까지 서로 다른 방향을 선택하면서도, 차를 계기로 집에 초대하고 교류하는 관계가 이어졌습니다. 제게는 그런 친밀함이 바디킷만큼이나 중요한 매력이었습니다.
한강이의 실내에 체크무늬를 더하고, 직접 제작한 수동 기어봉에 금도금한 레전더리 로고를 넣은 것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선택은 나카이 상의 작업과 별개로 제가 쌓아온 취향입니다. 한강이는 한 사람의 디자인만으로 완성된 차가 아니라, 오너의 선택과 여러 작업이 시간에 따라 더해진 차입니다.
바디킷을 주문한 뒤 한국에서 3년을 기다리는 동안, 차를 일본으로 보내 먼저 빌드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저는 나카이 상의 작업을 직접 지켜보고 현장에 모인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일본에서 빌드한 다른 차량이 한국 1호차가 되었고, 한강이는 한국 현지에서 나카이 상이 처음 빌드한 차이면서 공식적으로는 2호차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얻고 싶었던 것은 번호보다 그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RWB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저는 넓어진 차체와 함께 그 차가 만나게 해준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더 쌓아갈 주행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